1. 비트코인 (BTC)
685,000원에 매수한 인생 첫 비트코인
2016년 가을, 당시 사회초년생이었던 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형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
"형 내가 취직하고 그래도 열심히 저축은 했는데, 이거 어디 투자할 데 없나?"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부동산 투자는 시드가 커야 하고, 주식 시장은 꾼들의 놀이터다. 그러니 나 같은 초짜는 뭔가 새로운 거... 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형은 초창기(2012년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를 해오고 있었고, 나한테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설명해주려다가,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으니까 이렇게 말했다.
"코인 거래소 가서 일단 적은 돈으로라도 한번 사봐. 사두고 공부는 천천히 해."
그렇게 그날 저녁, 몇 안 되는 국내 거래소 중 마음에 드는 곳에 회원가입을 하고 몽땅 날려도 된다는 생각으로 100만 원어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그게 내 인생 첫 비트코인이었다. 1 비트(BTC) 당 685,000원 하던 비트코인을 정확히 1.4598 BTC 만큼 매수했다. 2020년 12월 27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한 개(BTC) 당 3,000만 원을 넘겼으니 4년 2개월 만에 43배가 올라, 100만 원이 4,300만 원이 된 것이다.
그 이후로도 나는 저축해두었던 나머지 2,400만 원가량을 전부 비트코인에 몰빵(?)했고, 덕분에 한 때 나의 거래소 자산 환산가치가 10억이 넘는 시절"도" 있었다. 인생 첫 투자가 68만 5천 원짜리 비트코인이었으니... 얼마나 운이 좋았던가..
물론 비트코인 투자(매매)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일부 수익실현을 할 수는 있겠지만, 평생 비트코인 가격에서 관심을 끊지는 못할 것 같다.
2. 부동산 갭 투자 (아파트)
부린이의 첫 아파트 갭 투자
코인 투자 덕분에 거래소 지갑의 평가금액이 한 껏 치솟았다가, 2018년 초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속도만큼, 떨어지는 속도도 빨랐다. '이 정도 떨어졌으면 이제 반등하겠지...' 싶었던 내 자산은 자고 일어나면 5,000만 원씩 증발해버리곤 했다.
난 하락장 속에서 한참이 지나고야 뒤늦게 '이제라도 투자 자산을 분산하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던 다른 형님을 찾아갔다. 이 형님은 경기도에 입지 좋은 아파트를 추천했다.
"앞으로 경기도에 *갭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매물은 찾기 힘들 것 같아. 진짜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판단은 너에게 맡길게."
당시에 *임장이 뭔지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던 나는 형님 따라 몇 번 부동산을 오가더니 덜컥 아파트를 계약했다. 그게 나의 첫 부동산 투자였다.
*갭: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 갭투자를 통해 다른 사람이 전세 살고 있는 집에 [ 매매가 - 전세가 ] 차액만 내고 집주인이 될 수 있다. (a.k.a. 전세끼고 샀다.)
*임장: 부동산 거래 전 현장조사
이 아파트도 매수 시점 이후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에서 수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고는 있지만,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꾸준하게, 그리고 아주 튼튼하게 올라간다.
매수 시점 대비 시세 차익이 대략 3억 원 정도인데, 1억 넣고 3억 시세 차이가 생긴 거니, 현 상태로만 봐도 300%의 수익 시점인 거다... 물론 수익 실현하기 전까지는 내 돈이 아니고 나중에 각종 세금도 내야 하겠지만, 나는 이 시기를 통해 사람들이 왜 '부동산 불패'를 이야기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3. 미국 주식 (테슬라, TSLA)
동학개미운동과 테슬라 불타기
비록 코인이 한창 불타오를 때만큼은 아니지만, 부동산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안정감이 더해지고 나니 조금 더 과감해졌다. 2020년 초, 코로나로 세상이 떠들썩해지고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두 번 다시없을 기회다.'
주식은 과거에 지인 추천으로 들어갔다가 30% 손해보고 나온 게 전부였기에,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히 투자했다. 절대 망할 리 없어 보이는 삼성전자를 사고팔며 생전 처음 '꾼들의 놀이터'라고 생각하던 주식 시장에서 수익 실현도 해봤다. (물론 가만히 들고 있는 게 수익률이 더 좋았을 거다.)
그러다 투자 공부를 위해 챙겨보기 시작한, '삼프로TV 경제의신과함께'... 이게 또 다른 행운으로 작용했다.
사실 이 방송 전부터 조심스럽게 테슬라(TSLA) 주식을 사모으긴 했지만, 이 방송을 보고 나서는 조급한 마음까지 생겼다.
'이건 아이폰 4S 시절의 애플이다... 더 늦기 전에 한 주라도 더 사야 한다.'
(테슬라가 거품이라고 하는 분들은 꼭꼭... 1,2부 다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젭라..)
그 결과로, 들고 있던 자잘한 주식을 모두 정리하고 '오를 만큼 오른 거 아니냐'는 논란 속에서 과감히 테슬라에 *불타기를 시전...
*불타기: 이미 오른 주식에 추가 매수를 함으로써 불을 끼얹는 매매, 평균 매수 단가는 올라간다. (반의어: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
찐 테슬라 투자자들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이제 주식투자 6개월에 접어든 주린이로서, 천만 원 단위의 투자금으로 주식 시장에서 이 정도 수익률을 내보는 게 얼떨떨하고 신기하다.
정리하며...
난 운이 매우 좋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2016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이후로 나는 매번 좋은 투자처를 만났고, 나쁘지 않은 시기에 자산 확장의 흐름에 편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한 때는 총 자산 평가금액이 10억을 웃돌기도 하고, 부동산과 주식에서 굉장히 좋은 스타트를 끊었음에도... 하락장이 시작되어 수억 원이 날아가는 동안 발만 동동 구르고, 특정 종목에 투자했다가 수익이 나기 전에 너무 일찍 매도하는 바람에 기회를 날리기도 했다. 지인 추천으로 산 바이오 주식에서 400만 원을 날리기도...
말 그대로 운빨이었을 뿐, 노오력이 부족했다. 평소에 경제/금융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 분명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거다.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 부동산 정책, 기업가치, 산업 동향, 거시경제...
그동안은 운에 취해서 공부하지 않고 게을리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 나가면서 그 내용들을 블로그에 기록할 거다. 운빨 좋은 나한테 찾아올 다음 행운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는 투자 이력을 돌아보며 '아 그때 살(팔) 걸...' 씁쓸해하고 싶지 않다.
실력 없으면 운도 그냥 지나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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